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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잃고 입양 결심한 한 여성의 사랑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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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10-21 12:35 조회4,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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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령 씨 "아기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성민이는 940g 연약한 몸으로 태어나 병원 인큐베이터에서 소독약 냄새만 맡다가 하늘나라에 갔어요. 건강하지 않은 미숙아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성민이가 보내준 동생 성국이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결혼과 임신, 한번의 낙태, 그리고 19년 만의 임신과 출산, 5개월 만에 맞은 아기의 죽음. 18일 오후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미숙아사랑’ 사무실에서 만난 박혜령(41, 경남 양산시) 씨는 “돈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온 세월이 후회 된다”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살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10대 미혼모가 낳은 아기 ‘성국이’를 입양하려는 것은 그 첫 단추일 뿐이라고 말한다.    박혜령 씨는 결혼 19년만에 낳은 아들 '성민이'를 보내고 10대 미혼모가 낳은 미숙아 입양을 결정했다. 박씨는 지난 4월 3일 결혼 19년 만에 낳은 아들 ‘성민이’가 940g의 미숙아라는 사실을 알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얘기에도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성민이는 5개월을 채 견디지 못하고 ‘감염에 의한 패혈증 및 합병증’으로 하늘로 올라갔다. 박씨는 “성민이가 감염될까 봐 손 한번 못 잡아보고, 사진 한 번 찍지 못했다”며 “패혈증으로 복수(復水)가 차올라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성민이를 살려만 달라”고 기도했지만 결국 희망은 그를 비껴갔다. 박씨가 지금도 가슴을 쥐어뜯으며 안타까워 하는 것은 ‘한번의 낙태’ 경험이다. “결혼하고 바로 아기가 생겼어요. 하지만 아기는 나중에 언제라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낙태했어요. 그때는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박씨는 사업을 통해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번 후, 아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설상가상 2년 전부터 박씨가 운영하던 김치공장과 남편의 인테리어 사업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박씨는 “돈을 잘 벌 때는 몰려들어 ‘도와달라’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 싶게 떠났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성민이를 잃은 후 미숙아에 관심을 갖게 된 박씨는 우연히 미숙아사랑 게시판에 남겨진 글을 봤다. 강원도 강릉의 한 종합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홍현아(18, 가명)씨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고 있는 미숙아 아기를 집안사정이 너무 어려워 키울 수 없다”는 사연이었다. “강릉 병원에 도착해 인큐베이터 안에 잠들어 있는 아기를 봤어요. 눈을 뗄 수가 없었죠. 작은 손가락과 발가락이 꼭 성민이를 닮았더라구요. 마치 성민이 동생 같았죠.” 박씨는 성민이가 보낸 동생 같아 아기의 이름도 ‘성국이’라 부르고 있다. 그는 아기 얼굴이 어른거려 경남 양산 집에서 강릉까지 반나절이 꼬박 걸리는 거리를 1주일에 2~3차례씩 찾아갔다. 홍씨는 “아기를 맡아줄 복지시설과 해외 입양 등 방법을 알아봤지만 미숙아를 흔쾌히 받아 줄만한 곳은 없었다”며 “그 동안의 치료비 500만원을 대신 내주면 친권포기 각서를 쓰겠다”고 했다. 홍씨는 “더 이상 미숙아를 키울 힘이 없다”며 박씨의 손을 꼭 잡고 애원했다. 박씨는 고민 끝에 성국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성국이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치료비 5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치료비가 들지도 모른다. 박씨는 “의지만 가지고 성국이를 키운다는 것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성국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더 이상 바람이 없겠다”고 말했다. ‘미숙아사랑'(www.ilove1004.org) 김새한 대표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으로 미숙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친 엄마도 포기한 미숙아를 키우겠다는 박씨의 꿈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매년 전체 해외 입양아 가운데 13~15%가 미숙아라고 한다. 하지만 국내에 입양된 경우는 2000년 이후 여자아이 단 1명에 불과하다. 김대표는 “입양하고 싶어도 치료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비단 박씨 만은 아닐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미숙아가 단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해외로 입양되지 않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다음 /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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