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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보조, 편견 깨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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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7-24 15:47 조회1,7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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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보조, 편견 깨트리다

 

 진상근 씨, 정규직 4개월 차…요양병원 100% 만족

“똑 같은 친구면 당장 채용”…개발원, 일자리사업 결실

 

전북 남원노인요양병원 요양보호사 보조 정규 직원으로 취업한 진상근 씨가 사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북 남원노인요양병원 요양보호사 보조 정규 직원으로 취업한 진상근 씨가 사원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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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근(29, 지적장애 3급) 씨는 전라북도남원노인요양병원의 정규 직원이다. 올해 1월부터 3개월간의 수습이 끝난 후 4월부터는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병원 내에서도 인정받는 요양보호사 보조인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상근 씨가 병원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게 된 건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이 2013년부터 실시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보조일자리 사업 덕분이다. 전북 남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이 시범사업 시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던 상근 씨가 병원에 배치된 것이다.
 

진상근 씨가 물리치료를 마친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다시 태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진상근 씨가 물리치료를 마친 어르신들을 휠체어에 다시 태우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에이블뉴스

 

2013년 첫해에는 입원 어르신들의 배식을 도왔다. 2014년 병원에 물리치료실이 따로 설치되면서 병실 어르신들을 물리치료실까지 옮기는 트렌스퍼(이동) 직무가 생겨났다. 병원측은 상근 씨를 주목했다. 연습결과 대만족. 상근 씨에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상근 씨 부모님은 그의 병원 취업을 반대했다. 일반 업체 취업실패 경험이 있기에 중간에 퇴사당하면 상근 씨가 또 다시 상처를 입을까 염려했다.

“부모님께서 직접 병원을 방문하셔서 근무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확인하신 다음에야 출근을 승낙했습니다.”

 

물리치료 받을 어르신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며 휠체어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물리치료 받을 어르신의 옷 매무새를 고쳐주며 휠체어에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상근 씨의 업무는 아침 9시부터 시작된다. 셔틀버스로 출근해 가운을 갈아입은 그는 마치 의사가 회진을 돌 듯 병실을 한 바퀴 휘 돈다. 병실마다 들러 어르신들에게 밤 새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손도 잡아보고 어깨도 주물러보며 안부를 묻는다. 상근 씨를 맞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환해지고, 병실의 아침 분위기가 덩달아 훈훈해진다.

오늘은 몇 호실 어느 어르신부터 물리치료를 시작해야 할 지 일과표를 체크한다. 일과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맞춰 병실을 찾고, 어르신의 이름을 확인한 후에는 마치 손자가 할머니에게 하듯 말을 건넨다. “어르신 물리치료 가야 합니다.”

어르신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입가나 옷깃에 얼룩이라도 보이면 “뭘 이렇게 맛있게 드시다 흘리셨어요.”라며 장난 끼 섞인 농담도 건넨다. 입가에 묻은 밥풀도 스스럼없이 닦아준다. 어르신들이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상근 씨에게 먹을 것을 나눠준다.

 

몇 호실, 어떤 어르신의 물리치료 시간인지 일과표를 체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몇 호실, 어떤 어르신의 물리치료 시간인지 일과표를 체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 일이 보기와는 달리 쉽지가 않습니다. 전에 비장애인을 채용해봤지만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을 피우거나 6개월을 못버티고 그만두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상근 씨는 거짓말 보태지 않고 비장애인들보다 이 일은 잘합니다.”

하루 수십 명의 어르신들을 다 옮기려면 하루 밥 세끼로는 모자란다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180cm, 80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상근 씨에게는 딱 맞는 일감이었다.

“저희도 놀랬습니다.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두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어르신들의 안전이 걸린 문제라 내심 걱정을 했거든요.”

그래서 전 직원이 더 준비하는 과정을 가졌다. 처음엔 따라 붙어주고, 가르쳐주고, 인솔해주고, 두 세배씩 더 신경을 써서 챙기고 교육했다. 물론 가르쳐줬지만 종종 잊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윗분들은 좀 더 가르치고 기다려주라고 했다. 상근 씨는 그렇게 스스로 노력하고, 병원 식구들이 함께 기다리며 키워 온 발달장애인 정규 직원인 셈이다.

김재현 남원노인요양병원(성일의료재단) 법인 총괄본부장은 상근 씨에 대해 “지금은 특별히 배려하는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거꾸로 저희가 상근 씨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100% 만족이죠. 상근 씨 같은 친구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채용할겁니다.”라고 말한다.

“힘들어요! 바빠요! 바빠서 앉아 있을 시간도 없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전 이 일이 좋아요. 할 수 있으면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상근 씨의 표정은 그래서 더 당당하다.

 

상근 씨가 한 쪽에 혼자 앉아 있는 어르신에게 다가가 도와 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상근 씨가 한 쪽에 혼자 앉아 있는 어르신에게 다가가 도와 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한편,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추진 중인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사업은 지난 2013년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서비스 운영기관 12개소의 14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실시 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형 일자리 유형으로 채택됐다. 2014년 18개 기관에 이어 2015년에는 21개 기관이 이 사업을 수행 중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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