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현재 OO서비스 대상자에 해당될 수 있으니 주민센터에서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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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거주하는 A씨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뇌병변장애인으로, 얼마 전 시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에 사회복지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상담을 받고자 활동보조인과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주민센터에 도착한 A씨는 OO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이 다른 사람을 상담하는 것을 보고 해당부서 뒤에서 상담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혹시나 자신의 장애로 인해 담당 직원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에 ‘OO서비스 대상이 가능한지’라는 문구를 기재하는 나름의 배려도 보여줬다.

시간이 흘러 A씨의 차례가 되자 A씨는 담당직원 앞에 자리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은 A씨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기 바빴다. A씨는 휴대폰에 기재한 문구를 담당 직원에게 보여주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담당 직원은 휴대폰을 보지도 않고 옆 사람에게 ‘난 못 알아듣겠으니까 대신 처리하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A씨는 다시 한 번 휴대폰을 보여주었고 그제야 담당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하며 A씨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신청서류를 주었다. 사실 A씨는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OO서비스에 대한 설명과 신청자격이 되는지 문의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또한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에 주민센터 직원은 A씨와 관련된 내용을 활동보조인에게만 질문하는 등 A씨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상담 접수 이후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서는 주민센터에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일부 다른 부분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A씨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활동보조인과 이야기를 나눴던 점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단지 신청 가능 여부만 확인하고 싶었는데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주민센터 직원의 임의대로 모든 서비스 과정이 진행됐다는 것이 자기결정권 침해라며 인권센터에 호소했다.

이처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법에서 규정한 권리지만 실제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에는 다양한 유형의 자기결정권 침해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통장을 개설하려고 은행에 방문하였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통장을 개설해주지 않은 사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임원후보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모가 자녀의 행동을 강제로 억압한 사례, ▲현재 이용하는 시설에서 다른 시설로 옮기려고 하는데 부모가 반대하는 사례, ▲활동보조인이 장애인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본인 판단 하에 일을 진행한 사례, ▲원치 않은 성관계를 한 장애여성 사례 등.

그렇다면 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은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사람들이 장애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가짐으로써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대다수일 것이라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학생들은 장애와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며 더불어 대중매체에서는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사람’, ‘불쌍한 사람’ 등으로 이미지화해 동정의 대상이 되도록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세대들은 장애인의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자신의 판단대로 도움을 주고 좋은 일을 했다는 자기만족감을 갖는다. 장애인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 채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사회가 장애인들이 인권침해를 받도록 환경을 조성해왔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 악의적으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 강한 제재와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실제로 한 남성은 장애여성을 강제추행 했다가 구치소에 수감 되었고, 또 다른 남성은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다가 적발돼 경찰에 검거됐다. 가해자들이 이렇게 법적조치를 받게 된 데에는 피해자들의 의지가 빛났다.

위에서 언급하였듯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자기 결정권이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자기결정권을 누리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갈지, 그것을 포기한 채 삶의 엑스트라로 살아갈지 그 선택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만약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장애인인권센터(1577-5364)로 연락해 상담을 하도록 하자. 그렇다면 당신은 삶의 주인공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아니라고 해서, 내 지인이 아니라고 해서 이러한 상황을 넘기지 말자. 그 다음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인권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한마음으로 투쟁하고 싸워야만 한다.

[출처 : 함께걸음 2015.09.21.자 김상우(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