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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문화] 볼수는 없지만 귀로 손으로 즐길 수 있었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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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9-14 11:06 조회1,1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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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는 없지만 귀로 손으로 즐길 수 있었던 여행

'2017 하모니원정대' 등대 팀, 10박 11일 간의 여정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9-13 09:45:20
6박 7일 동안 친구이자, 나의 눈이 되어준 등대팀. ⓒ김하은 에이블포토로 보기 6박 7일 동안 친구이자, 나의 눈이 되어준 등대팀. ⓒ김하은
하모니 원정대는 기아자동차(주)(대표 박한우)와 사단법인 그린라이트(회장 김선규)가 함께하는 대학생 모빌리티 프로젝트이다. 장애학생 2명과 비장애학생 3명으로 구성된 총 10팀(50명)이 전국 문화관광지의 장애인 접근성(Barrier Free)을 조사한다.

2017 하모니원정대는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4일까지 전국 문화관광지, 숙소 식당의 장애인 관광편의시설 점검을 하는 의미있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10박 11일간 도전과 열정을 품고 특별한 여행을 떠난 청춘들, 그들의 성장스토리를 담았다. 아홉 번째는 등대 팀의 김하은 학생의 기고다.


나 뿐이 아닌 모든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 ⓒ김하은 에이블포토로 보기 나 뿐이 아닌 모든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인 편의시설 조사. ⓒ김하은
시각장애인인 나는 낯선 지역을 돌아다닐 때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행을 잘 다니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하모니원정대에 참여하여 6박 7일 동안 팀원들과 강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기간을 끝낸 지금, 세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룸메이트 진희 언니와 함께. ⓒ김하은 에이블포토로 보기 룸메이트 진희 언니와 함께. ⓒ김하은
첫째, 강원도의 여러 관광지와 숙소는 지체장애인이 다니기에 매우 불편하다. 아마 다른 장애인들도 그렇겠지만 각자가 가진 장애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다른 장애를 가진 장애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시각장애인인 나도 지체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무엇이 불편하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래서 같은 과 동기인 진희언니와 1년 반 동안 룸메이트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다른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옷걸이의 높이, 책장의 높이, 화장실에 설치된 손잡이, 세면대의 높이, 높거나 낮은 턱, 울퉁불퉁한 바닥 등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이러한 불편사항들이 계속해서 우리의 길을 방해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길을 안내해 주는 안내자와 유도블럭, 그 관광지에 대한 촉각지도, 식당에서는 점자 메뉴판 등이 필요하다.

지체장애인에게는 휠체어에 적당한 높이에 사물들이 위치해 있어야 하며 울퉁불퉁한 돌, 흙바닥 보다는 미끄러운 나무판자 길이나 대리석 바닥이 움직이기 수월하고 턱과 계단이 아닌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등이 설비되어 있어야 한다.

장애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다르다. 같은 장애인인 나도 다른 장애인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배우려 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국내의 여러 여행 관광지와 숙소의 책임자 분들도 그런 마음으로 세심한 배려를 더한다면 더욱 풍요로운 우리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팀원들 덕에 느낀 여행의 즐거움. ⓒ김하은 에이블포토로 보기 팀원들 덕에 느낀 여행의 즐거움. ⓒ김하은
둘째, 사진의 의미를 알았다. 사실 나는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진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왔다.

저시력인 언니들이나 비장애인 친구들이 어딜 가든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같이 찍기는 하였지만 메신저로 보내달라고 하는 정도의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과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찍고, 여행을 끝낸 이후에 친구가 해주는 사진설명을 들으면서 사람들이 왜 사진을 찍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여행을 했던 순간들을 기억해보면 희미하게 떠오르던 장면들이 사진을 보면서 떠올리니 더욱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때 여행하며 느꼈던 즐거움들도 생생하게 기억났다.

사진은 추억을 조금 더 확실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였다. 지금 내 휴대전화 사진첩에는 강원도에서 찍은 여러 사진들이 들어있다. 나는 이 사진들을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그 때 느꼈던 기분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해 보고 싶다.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한 등대팀. ⓒ김하은 에이블포토로 보기 소중한 순간을 함께 한 등대팀. ⓒ김하은
셋째, 대학교에 와서 친구 하나는 정말 잘 사귄 것 같다. 사실 나는 어딘가 놀러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놀러가기 위해서는 꼭 누군가와 함께 동행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그 동행하는 누군가가 나 때문에 힘들진 않을까, 나를 챙기고 나에게 주변 환경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서 지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선뜻 함께 놀러가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이번 하모니 원정대에 참여한 팀원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편한 마음으로 그래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우리 팀원들은 귀찮다는 내색 없이 나를 안내해주고 그들이 보는 주변 풍경을 최대한 내가 느껴볼 수 있게끔 노력해 주었다.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사물들은 나를 데리고 가서 직접 만지게 해주었고 만져볼 수 없는 것들은 내가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묘사를 해주었다.

특히 내가 정말 큰 고마움을 느꼈던 곳은 동강 사진 박물관이었다. 이곳은 여행 코스에 정식으로 포함된 곳이 아니라 조사를 마친 이후 시간이 남아서 방문하게 되었던 곳이다.

박물관은 나에게는 정말 피하고 싶은 장소다. 만져볼 수도 들을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강 사진 박물관에서는 처음으로 박물관이 재미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해줬다.

친구들이 각각의 사진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작가에 대해 설명해 놓은 글귀들을 한 자도 빠짐없이 모두 읽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박물관이 그렇게 재미있는 곳 인줄 정말 처음 느꼈다. 하모니 원정대를 보냈던 6박 7일간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우리 팀원들 덕분이었다. 정말 우리 팀원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많은 것을 느끼며 들을 수 있었던 하모니 원정대. 그 즐거운 시간이 끝나 버린 것은 너무나 아쉽지만 이 경험이 나의 삶에 있어 매우 소중한 순간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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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하은 (kia_harmon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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