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탈시설 조례) 폐지안이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돼 본회의 심사만을 앞두게 되자 그동안 탈시설 조례 폐지안 폐기를 위해 투쟁해 온 장애인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서울장차연) 등 2개 단체는 18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조례안 및 자립생활지원조례 개악안 가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탈시설 조례는 2022년 5월 25일 제10대 의회에서 서윤기 전 의원이 발의해 같은 해 6월 21일 본회의에서 의결됐고, 서울시장이 같은 해 7월 11일 공포·시행했다. 해당 조례는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에서 자율적인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추세임을 반영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조례에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탈시설에 대한 시장의 책무와 기본계획, 탈시설 정책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 탈시설 지원 사업 범위 및 예산 지원 등 내용이 명시됐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올해 3월 21일 탈시설 조례 폐지의 주민조례 청구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리했고, 지난 17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가결됐다.
또한 이들은 같은 날 탈시설 조례와 함께 가결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은 탈시설 조례의 대안으로 지난 5월 27일 보건복지위원회의 부위원장인 유만희 의원 등 16명의 서울시의원이 발의했다.
하지만 탈시설을 거주시설 퇴소로 대체해 사용하고 있고 탈시설 조례의 탈시설 권리 및 원칙, 탈시설기본계획 수립과 재원 확보, 자립생활주택 운영, 소득보장을 위한 공공일자리제공 내용이 삭제되고 시장의 책무를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탈시설 조례에서 거주시설이 종래에는 장애인을 감금하고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자립을 지원하는 곳으로 변환돼야 한다는 탈시설 정책의 방향성을 담은 ‘거주시설 변환’을 삭제하고, 거주시설의 존재 필요를 인정하며 거주시설 정의를 포함하고 거주시설과 시설수용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
이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어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사표현을 못 하는 중증장애인은 시설이 적합하다는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시설 안에서 죽아간 사람들이 있다. 수십 년간 시설에 갇힌 사람들이 있다. 왜 당사자들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는 외침, 탈시설을 호소하는 간절함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탈시설 조례가 폐지되고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이 가결되면 장애인의 지역사회 지원이 더욱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높은 탈시설과 자립생활의 장벽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며 “절대 탈시설 조례 폐지되지 않고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함께해달라”고 외쳤다.
서울장차연 민푸름 활동가는 “시설 대신 탈시설을 하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비용 절감의 논리를 앞세워 장애인의 권리를 압살하고 있는 서울시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어제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를 보면서 정말 기가 막혔다. 서울시 복지정책 실장은 온갖 거짓말을 쏟아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가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 잘하고 있다는데 거짓말 집어치워라. 장애인 지원주택에 24시간 돌봄 필요한 와상장애인을 거부하고, 활동지원 대상자 일방적으로 조사해 시간을 삭감·중단해 놓고는 무엇이 그리 자랑스러운가.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서울시의 행보에 동조하지 말고 즉각 탈시설 조례 폐지안과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을 폐기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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