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걸어 장애 이깁니다″…10번째 국토종주 한유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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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3-08-13 13:20 조회4,454회 댓글0건본문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가 열 번째 국토 종주에 나서 오는 8·15 광복절 서울 입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5일 전남 목포역을 출발해 12일 현재 판문점에 이른 한유근(42·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남곡리)씨는 일곱 살 때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정신지체 3급 장애인.
지난 9일 30도를 웃도는 땡볕 아래서 한씨는 30㎏의 배낭을 메고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 지방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목포역을 출발해 광주 대전 문경새재 태백 강릉 고성 화천을 거쳐 65일째. 일행이 있겠거니 싶었지만 내내 혼자였다.
“장애를 이겨내기 위해 국토 종주를 시작했어요. 열 번째인데도 할 때마다 힘드네요. 나 같은 장애인들에게 노력만 하면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도 이만큼의 ‘몸’을 만들기까지 굉장한 고통이 따랐어요. 국토 종주는 나를 지켜주는 힘입니다.”
일곱 살 때 형과 함께 서울 약수동에서 장사하는 어머니를 만나고 같은 동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가 났다. 4년여의 투병생활에도 똑바로 걷는 것이 불가능했던 한씨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한발 한발 내딛는 훈련을 했다. 이를 계기로 국토 종주 10번,백두대간 종주 2번의 기록을 세웠다.
한씨의 행보는 사실 고난의 행군이다. 대부분 아스팔트 길이다 보니 복사열 때문에 걷기가 더욱 힘들다. 질주하는 차가 배낭을 스치는 아찔한 경험도 많았다. 밤이 되면 지붕이 있는 시골 버스정류장을 숙소로 삼았고 그마저 어려우면 침낭 속에서 잠을 청했다.
사고 후유증 때문에 어눌한데도 다리는 단단한 소나무 같고 발바닥에는 굳은살이 박혀 있다. 여행을 하다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괴롭다는 그는 “문경새재를 넘다가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1만원씩을 빼앗겼다”며 아이 같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가 목적했던 서울 여의도에 도착했다고 해서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종주를 마치면 나름의 의식인 면도를 하고 차편을 이용해 용인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곳에는 교통사고가 날 때 가까스로 화를 면한 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덤프트럭 운전기사인 형은 길을 나설 때마다 말리면서도 굶지 말라고 돈을 챙겨주는 등 동생의 고행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예전엔 갈지자 걸음을 고치기 위해 걸었지만 이젠 저 자신을 위해 걷습니다. 여러 장애인에게 ‘자신의 삶을 위해 죽을 만큼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면 새로운 희망의 무지개가 눈앞에 떠오를 것입니다.”
철원=전정희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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