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쏜 당진처녀'..장애1급 민지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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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1-14 10:02 조회3,969회 댓글0건본문
"저도 했으니까 다른 장애인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겁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꼭 전하고 싶어요."
충남 당진에 살고 있는 민지영(27)씨가 새해를 맞아 희망을 쏘았다.
온 몸이 불편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면서도 6년만에 초.중.고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마친 민씨는 재수 끝에 마침내 12일 천안 나사렛대학에서 국제어문경영행정학부 합격 통보를 받았다.
"원서를 대신 접수한 쌍둥이 언니(민수영씨)의 축하 문자메시지를 받고 합격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일 처음 당진에 계신 아버지에게 소식을 전했는데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민씨는 14일 합격 소감을 묻자 "너무 기뻐요. 아직도 합격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요"라며 "19살 때까지 당진에 살 때는 거의 집에만 있었고 여기(서울) 와서도 또래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합격 소식을 듣고 친구가 많이 생길 거라는게 너무 기뻐요"라고 대답했다.
그는 "엄마가 저보고 선생님 복이 있다고 하네요"라며 합격까지 도와준 주위 사람들을 떠올렸다.
"복지관에서 자원봉사 선생님이 연결되면 1~2개월하고 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1~2년씩 오래 연결됐습니다"
특히 민씨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만나 지난 7년 동안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도와준 박성준(27)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민씨는 "지난 1997년 선생님이 없어서 도와달라고 성준이를 붙잡았는데, 나중에 공부를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성준이가 잡아주었다"고 말했다.
민씨는 "남들은 10년 걸리는 공부를 7년만에 끝냈으니 시간을 번 셈이지만 양이 많아 소화하기도 힘들었고 체력이 달려 어려웠다"며 "지난 수능 때 여의도중에서 시험을 보는데 마지막 시간에 체력이 떨어져 영어점수가 높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19살 때까지 불편한 몸 때문에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고 집에 누워 지냈다고 한다. 한글도 텔레비전을 보며 스스로 깨우쳤다는 것.
그러던 민씨가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몸 상태가 악화돼 1995년 4월 서울로 수술을 받으러 왔을 때.
장애 정도는 덜하지만 같은 병실을 쓰던 언니가 `몸이 불편해서 오히려 계속 배워야 한다'고 권유했고, 민씨는 2번의 수술을 거친 뒤 서울로 보내 달라고 아버지를 졸랐다.
`단식 투쟁' 끝에 `언니가 대학을 졸업하면 다시 내려오라'는 조건으로 아버지를 설득한 민씨는 1995년 11월 복지관을 알게 됐고, 동갑내기 친구가 중학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에 자극받아 본격적으로 공부에 나섰다.
`쓸데없이 자격증만 따면 뭐하느냐'고 반대하던 아버지도 초.중.고 과정을 차례로 합격하자 어느새 후원자가 됐다.
그녀는 "아버지가 화물차를 운전하시는 데 매일 새벽 1∼2시에 나가시느라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신다"며 "320만원인 등록금이 너무 비싸 아버지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아버지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민씨는 "대학 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내 상태를 잘 이해해주고 마음 맞는 남자 친구를 만나는 일"이라며 "미디어 영어지도학을 전공해 욕심 같아서는 유학도 가고 싶고 졸업해 영어 교재를 만들거나 연구원이 되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얘기했다.
다음달에 당진으로 내려간다는 민씨는 "피부가 민감해 밖에 돌아다니면 얼굴에 뭐가 많이 난다"며 "대학 가면 나다닐 일이 많을 것 같아 주말에 화장품도 샀다"고수줍게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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