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하프코스 완주…'희망찾은' 자폐증 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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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3-11-18 08:46 조회4,030회 댓글0건본문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은 스나가와 마사히로(6·미국 국적·부산 해운대구 좌동)군이었다.
함께 뛴 자원봉사자 이성복(24·부산외대 레저스포츠학과)씨의 손도 잡지 않고 씩씩하게 10㎞를 완주한 마사히로는 엄마 조숙현(32)씨 품으로 곧장 뛰어들었다. 엄마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때까지 의기양양하던 마사히로는 “와앙” 울음을 터뜨렸다.
“아야야야….” 다른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소리로 아이가 무언가를 호소했을 뿐인데, 엄마는 이내 알아듣고 “그래. 달리다 넘어져 아픈 것도 참고 뛰었구나” 하며 대견한 듯 아들을 위로했다. ‘자폐증 어린이’ 마사히로가 꿈나무 마라토너로 화려하게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16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일원에서 열린 제5회 부산마라톤대회.
마사히로군에 이어 김동연(14·부산 해운대구 좌동)군이 자원봉사자 김석희(24·부산외대 레저스포츠학과)씨와 나란히 들어왔다. 기록은 1시간40분(10㎞). 마사히로보다 20분쯤 늦었지만, 자폐증세로 인해 생긴 과도한 식욕으로 100㎏ 가까이 불어버린 몸무게를 생각하면 ‘준족’의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생애 처음 하프코스에 도전장을 낸 김진연(15·부산 해운대구 좌동)군이 자원봉사자 김정우(23·동명대 건축과)씨와 함께 2시간5분대의 기록으로 씩씩하게 골인하면서 자폐증 소년들의 세상 나들이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세 소년은 흔히 자폐증으로 알려진 발달장애를 앓고 있다. “치료로 호전될 수는 있지만 완치는 안되죠.” 진연군의 어머니 길옥경(43)씨는 “꽉 닫혀만 있던 아들이 마라톤으로 밝아지고 활기를 찾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이 마라톤으로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기까지는 부산지역 대학생들의 봉사모임인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cafe.daum.net/lsbz1)’의 도움이 가장 컸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수영강습을 하다 마라톤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모임 대표 이성복씨는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소년들을 보호해가며 매주 3~4차례 인근 학교 운동장을 돌며 맹훈련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마사히로는 2년전 일본인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자폐증세도 심했지만 너끈히 혼자 거리에 나설 수 있게 됐고 진연이 동연이도 갈수록 정서가 안정됐다.
“달리면서 자폐를 떨치고 점점 좋아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라톤이 우리에게 준 희망이 참 고맙다”고 세 아이의 부모들은 입을 모았다.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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