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희망이 되고픈 자유인, 강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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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4-16 20:26 조회4,719회 댓글0건본문
'강원래는 자유인이다.'
라디오 생방송을 끝내고 돌아가는 그를 만난 느낌은 한마디로 강원래는 유쾌한 자유인이라는 것이었다. 중국에까지 쿵따리 샤바라의 열풍을 일으켰던 댄스가수 클론시절이나 지금이나 그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먼저 클론 얘기부터 꺼내야겠다. 다이나믹한 춤과 시원한 노래로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클론, 그 멤버였던 그는 그저 춤이 좋았다. 춤이 좋아 댄스가수가 되었으나, 인기 정상을 누리던 4년 전의 교통사고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지난 해 10월부터 '강원래와 노현희의 뮤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어색해하던 그도 이제는 제법 DJ의 이력이 붙어가고 있다.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초대 손님들과 함께 한 사진들이 올려져 있다. 라디오 방송현장을 궁금해하는 청취자들을 위해 그가 틈틈이 직접 찍어서 올려놓은 사진들이다. 사진도 수준급이다. 공예를 전공한 것을 것만 봐도 예술에 남다른 '끼'를 가졌나 보다. "아버지가 사진 쪽에서 일했어요. 저보다 형이 사진을 잘 찍어요. 전 그냥 미술에 관심이 많은 정도예요." 색깔에 남보다 좀 더 감각이 있다는 정도로 그는 만족한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가수 박미경씨랑 아내 김송씨와 함께 미국에 다녀왔다. 미국에서 길거리를 쏘다니며 쇼핑도 하고, 구경도 많이 하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한다. "아무도 나를 안 쳐다본다는 것,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20명 이상은 휠체어 탄 사람을 본다는 것, 그게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회사에서 방송국까지 오면서 휠체어 탄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느냐고, '제가 처음이죠?'라며 외려 반문한다.
다시 방송에 복귀한 그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언제 클론의 앨범이 나오는지일 것이다. "장애를 갖기 전에는 뭐든지 빨리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는 아녜요. 천천히 좀 더 느리게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는 인생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모두 겪어봤다. 1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 기록에, 세계의 내로라 하는 가수들과 한 무대에서 상도 받아 보았고, 인기의 정점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절망도 겪었다. 그래서일까, 그에게는 삶의 여유가 배어 있었다. 앨범을 내는 것에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 낮 1시까지 방송국에 도착하기 위해 아침 8시부터 준비를 해야 하면서도 행복하다. 어차피 느리게 살아야 된다면 남들보다 좀더 일찍 시작하면서 좀 더 천천히 사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옆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의 인생관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세상에 나간다면 하고 싶은 일 실컷 하고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그 중 하나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 김송과 결혼도 했다. 그리고 대학생 시절 꿈인 댄스아카데미를 강릉에 열기로 했다. 아카데미는 5월에 개원할 계획이란다. "내가 열심히 살면 장애우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희망이 못되더라도 최소한 기쁨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미국에 가서 많은 장애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애우들의 교과서 역할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또한, 이미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보다는 중도장애인이 될 잠재적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고 한다. 4년 전 사고로 그가 겪어온 좌절과 고통의 전철을 그들만이라도 밟지 않게 해주려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변호사는 그의 방송출연을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나 혼자 힘으로도 열심히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어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싶거든요." 그것은 그의 자존심이기도 했다. 그는 약해질 때면 '나는 클론이다. 나는 연예인이다. 나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라는 자기 최면을 걸며 자신과 싸웠다고 한다.
이제 그는 DJ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삶이 평생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 나름대로 평론을 하면서 배철수 선배님같이 나만의 색깔을 가진 프로를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꿈을 향해 천천히 내딛는 그는 참 유쾌하고 당당한 자유인이었다. (취재 :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글 이경란, 사진 이민우)
※ 이 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월 발행하는 '건강보험' 4월호에 게재된, 장애인 특집 기사내용입니다.
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김도희 차장, 02-3270-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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