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가수 에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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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8-02 10:03 조회4,117회 댓글0건본문
가수 에이비(A.Bee·본명 박승훈·31)는 지난 6월 1집 앨범을 냈다. 기타와 하모니카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노래다. 직접 작곡·연주·노래했다. 그러나 오른쪽 귀는 들리지 않는다. 귓구멍이 피부로 덮여 있다. 뚫려 있지만 들리지 않던 왼쪽은 자라면서 차츰 청각을 찾았다. 선천성 청각장애다.
“한 쪽이 고장난 이어폰을 끼고 있는 셈이죠. 스테레오로 들을 수 없으니까 어떤 곡이든 남의 2배를 들어야 해요. 느리죠. 앨범 녹음만 1년 걸렸어요. 일상 생활엔 크게 불편하지 않아요.”
작곡은 하모니카를 이용한다. 소리의 떨림을 감지해 섬세하지 못한 귀를 보완한다. 음률이 떠오르면 하모니카를 불어 음높이를 잡고 악보에 기록한다. 주머니엔 음계가 다른 하모니카 4개가 항상 꽂혀 있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 유난히 몸이 약한 어머니 장경자씨(1996년 작고)가 자녀 셋을 낳자마자 잃고 네번째 본 귀한 아들. 아버지 박근영씨(62)는 클럽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먹고 살기 빠듯한 형편 탓에 치료는 꿈도 못 꿨다. 아버지는 대신 아들 곁에 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비틀스’며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기적적으로 왼쪽 귀의 청각이 살아났다.
아버지 영향이었을까. 걸음마를 떼면서 기타를 만지작거리던 아들은 실로폰·리코더 같은 악기를 갖고 놀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선 학내 밴드를 만들고 보컬을 맡았다. 강원대 생물학과에 진학한 뒤 통기타 동아리에 들어갔다. 1학년 때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반대도 찬성도 못하고 걱정만 하셨어요. 청각장애인 아들이 음악하는 게 흐뭇하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시니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진 못하셨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조끼 하나를 만들어 주셨어요. 하모니카 주머니 4개를 달아서요.”
베이스기타·어쿠스틱기타·키보드·하모니카를 모두 연주했다. 춘천 음악인이 결성한 밴드 ‘4M’ ‘황금감자’ 등에서 활동했다. 2002년 서울 재즈아카데미에 입학해 베이스 기타 정규과정을 끝냈다.
춘천에서 함께 활동한 이들의 권유로 앨범을 내게 됐다. 3년6개월간 준비했다. ‘어쿠스틱 음악계에 일침을 가하겠다’란 뜻으로 ‘A.Bee’라고 예명 짓고 포크와 뉴에이지를 결합한 음악을 준비했다. 그동안 써놓은 100여곡 중 6곡을 골랐다. 작곡·편곡·연주·보컬을 모두 맡았다. 가사는 춘천 문화계 ‘대부’인 소설가 이외수씨 등 춘천 문인이 써 줬다.
에이비는 “20대가 좋아하는 음악과 40대가 좋아하는 음악은 전혀 다르다”며 “단절된 세대를 잇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세대간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귀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으로 더 큰 소통을 꿈꾸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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