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골퍼 미쓰자와 다케시 한국서 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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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09-14 10:19 조회3,704회 댓글0건본문
'장님도 헤드업을 한다'는 고약한 말이 있다. 시각장애인을 비하하자는 게 아니라 골프에서 헤드업을 참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걸 과장한 얘기다. 시각장애인이 골프라니….
그런데 그는 정말 골프를 잘 쳤다. 일본의 시각장애인 골퍼 미쓰자와 다케시(光澤毅.68). 토요일인 11일 충북 청원 실크리버 골프장에서 만난 그는 굵은 비를 맞으며 9홀을 돌았다. 스코어는 궂은 날씨 탓에 60타 정도.
"어둠은 내 친구고, 골프는 내 삶의 일부죠. 시력을 잃고도 골프를 즐기는 건 필드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때문이에요."
"믿어지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이렇게 답하고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전속 캐디 사카다 마사쓰네(27)가 클럽 헤드를 공 앞에 놓아주고 방향을 잡아주자 그는 정상인과 똑같이 스윙했다. 클럽 선택은 사카다가 불러준 거리에 맞춰 그가 직접 했다. 1번홀에선 드라이브샷이 빗맞아 트리플 보기를 했지만 2번홀부터는 실력이 나왔다. 이날 함께 라운드를 한 국내의 지인들은 모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일본 메이지대 야구선수 출신인 그는 1987년 교통사고로 양쪽 시력을 모두 잃었다. 사고 전의 핸디캡은 프로수준인 1. 사고 후 좌절에 빠진 그에게 주변에서 골프를 권했고, 그는 1년여 만에 다시 골프채를 쥐었다.
"페어웨이의 촉촉한 잔디가 너무도 그리웠지요. 보이지 않아도 못할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공을 제대로 맞히기란 불가능했다. 여러 번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피로가 극한에 이른 상황에서 힘없이 휘두른 클럽에 공이 정통으로 맞았다. "아, 이거였구나 했지요. 감각으로 공을 치는 방법을 깨달은 거예요."
3개월 뒤 그는 필드에 나갔다. 요즘도 매일 훈련을 계속하며 한 달에 서너 번 라운드한다. 핸디캡은 40 정도. 베스트 스코어는 95타다.
일본에는 시각장애인 골퍼가 100명쯤 있다고 한다. 매년 12번의 대회가 열린다. 미쓰자와는 12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찾아갔다. 한국의 시각장애인을 대회에 초청하겠다고 했다. "아직 시각장애인 골퍼가 없는 한국에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네요."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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