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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팔없는 구족화가 대학교수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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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10-11 20:58 조회3,7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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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이씨 中미술학원서 박사학위…단대 동양학과 초빙교수돼 “그림을 손으로 그리든 발로 그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그릴 수만 있다면 말이죠.” 세 살 때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소녀가 30여년 뒤 화가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대학강단에 섰다. 팔 대신 두 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口足畵家) 오순이(吳順伊·여·38)씨. 그런 오씨가 12일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전공 초빙교수로 임용된다. 오씨는 정식 임용되기 전인 지난 9월(2학기)부터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인화 수업을 시작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오씨가 두 팔을 잃은 것은 세 살 때. 집 앞 철길에서 놀다가 열차에 치여 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출혈이 너무 심해 병원에서도 “포기하라”고 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부모님의 헌신적인 간호로 간신히 생명은 건졌지만 오씨는 그 후 ‘두 팔 없는 삶’을 시작해야 했다. 처음에는 혼자 걸을 수도, 화장실을 갈 수도 없었다. “워낙 어렸을 적이라 사고당한 것은 생각 안 나요. 하지만 집 안 빨랫줄에 (팔에 감는) 흰 붕대가 항상 주렁주렁 널려 있었다는 것은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합니다.” 오씨는 다섯 살 때부터 팔 대신 두 발로 생활하는 것을 하나하나씩 배워나갔다. 발로 숟가락을 쥐고 밥도 먹고 연필을 쥐고 글도 썼다. 지금은 발로 마스카라까지 능숙하게 그리지만 처음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오씨는 “처음 밥을 먹을 때는 절반이 얼굴에 묻기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팔이 있을 때의 기억이 없어 그냥 참고 생활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의 인생이 바뀐 것은 마산 중앙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미술 교사였던 때다. 당시 선생님은 오씨가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그림을 권했다. 오씨는 처음에는 “내가 과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곧 발로 붓을 쥐고 화선지를 채워나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림을 통해 삶의 희망을 얻은 오씨는 그때부터 남는 시간이면 붓을 쥐고 사군자 그리기에 매달렸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라서 그랬는지 비록 두 팔은 없었지만 친구들보다 진도가 뒤처지는 게 싫었어요.” 오씨는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그림을 계속했고 이런 사연이 지난 78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된 후 당시 단국대 장충식(張忠植) 총장의 후원으로 86년 단국대 예술대학 동양화과에 입학했다. 오씨는 4년간의 피나는 노력 끝에 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에도 그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아 오씨는 대만에서 2년간 중국어 공부를 한 뒤 수묵화 본고장인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미술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항저우(杭州) 중국미술학원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입학했다. 당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만연해 있어 힘들 때도 많았지만 오씨는 이후 자신을 이해해 준 교수들과 학생들의 도움까지 받아 무려 11년 동안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14일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림을 하루 종일 그리다 보면 허리가 끊어질 듯한 아픔도 있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상 곁에서 절 돌봐준 언니를 보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곤 했습니다.” 맏언니 오순덕(48)씨는 동생이 사고를 당한 뒤부터 항상 동생 곁에 붙어다니며 뒤를 봐주고 있다. 결혼도 포기하고 대만·중국까지 따라갔고 현재도 천안에서 단 둘이 함께 살고 있다. 오씨는 수업시간에 단순히 그림 그리기 시범을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상으로 다리를 올려 일일이 아이들의 붓을 잡고 직접 지도까지 해주고 있다. 오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학생들이 편견 없이 그림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얻었다”며 “할 수 있는 데까지 정성을 쏟아 아이들에게 동양화의 내면을 접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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