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늦깎이 중학생 이혜영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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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4-10-25 19:14 조회3,876회 댓글0건본문
2002년 뇌출혈로 쓰러진 후 공부 중단
2년 투병생활 접고 복학, 학업 매진
▲2년 투병생활 접고 올 가을 늦깎이 중학생이 된 이혜영 양.
뇌병변 장애 2급 장애인인 이혜영(18,포항시 남구 상도동)양은 올 여름 늦깎이 중학생이 됐다. 2002년 학교 교문 앞에서 쓰러져 포항 항도중학교 3학년 2학기를 중단해야 했던 혜영 양이 2여년 간의 투병생활 끝에 다시 학교로 돌아갔기 때문에 또래보다 2살이 위다.
"집에만 있을 때에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 같이 느껴졌었는데 새롭게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사귀니까 너무 좋아요. 고등학교도 진학해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요." 2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혜영 양은 비록 한쪽 손과 팔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를 지녔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장애를 입게 된 혜영이가 이렇게 열심히 살게 된 데는 할머니 김용세(74)씨의 역할이 컸다. 부모의 이혼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혜양 양과 동생 진영 양을 맡아 키운 김 할머니는 두 자매를 기죽지 않게 키우려고 옷도 깔끔하게 입히고 말벗 노릇도 열심히 해 줬다. 때문에 혜영 양은 공부도 곧잘 하는 등 심성 바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손녀딸이지만 공부를 잘 하니 기분이 좋았지. 내가 힘닿는데 까지 공부도 시키려고 했는데 그만 이렇게 되고 말았어. 부모가 죄인이지…."
술 때문에 이혼 한 혜영 양의 아버지는 요즘도 하루라도 술 없이는 살지 못한다고. 노동일을 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형편에 술 때문에 일 안나가는 날이 반이 넘는 혜영 양의 아버지는 요즘 들어 술이 더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혜영 양은 그런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다.
혜영 양은 "올 여름에 용돈을 모아 아빠 티셔츠를 사 드렸는데 아빠가 막 화를 냈어요. 나는 됐으니까 혜영이 진영이 옷 사라고. 그래서 눈물이 났었어요"라며 오히려 아버지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드러냈다.
쓰러질 때 뇌출혈을 일으켜 다치기 전처럼 공부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술을 익히고 싶다는 혜영 양은 꿈은 다부지다. "할머니가 저에겐 엄마예요. 할머니가 안 계시면 우리는 정말 안돼요. 제가 성공해서 잘 살 때까지 할머니가 살아 계셨으면 좋겠어요."
불편한 수족 때문에 더 이상 움츠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늦깎이 중학생 혜영 양의 얼굴에서 장애여성의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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