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친구들 덕에 장애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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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4-26 09:23 조회3,608회 댓글0건본문
"장애는 단지 안경을 낀 것과 같아요. 하지만 극복하기까지 자살도 수없이 생각했어요. 중3 때 저라는 존재를 새로 일깨워주신 선생님들과 언제나 웃으며 도와주는 친구들에게 감사해요."
오전 7시40분쯤이면 어김없이 (박)성준이를 태운 낡은 승용차 한 대가 가파른 충남 당진의 호서고등학교(교장 장익수) 언덕길을 오른다. 이윽고 교실 앞 운동장에 도착한 차에서 성준이가 자신을 싣고 온 어머니와 마중나온 급우들의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내려선다.
성준이의 학교 일과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주변엔 '도우미 8인방'이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1학년 초에 구성된 정희, 상호, 창훈, 태범, 현우, 동헌, 영규, 진석이 등이다. 2학년이 돼 세 명이 반이 갈렸는데도 모두 성준이 곁에 있다. 이들은 성준이를 돕기 위해 선택 교과도 성준이와 같은 것으로 했을 정도다.
성준이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근육의 힘이 서서히 약해져 나중엔 호흡이 안되는 등 온몸에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도우미 8인방은 이런 성준이의 손과 발을 자청한다. 성준이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화장실에도 함께 간다. 미술실이나 음악실 등으로 이동할 땐 업고, 점심시간엔 식당에 가서 밥을 타다 준다. 요즘엔 야간 자율학습에도 참여하는데, 모두 성준이 주변에서 공부한다.
성준이가 몸에 마비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은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이었다. 또래에 비해 몸집이 크지만 날렵해 축구도 잘 하고 씨름도 즐겼던 만큼 충격도 컸다. 초등학교 내내 절망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좌절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성준이는 3학년 때 담임인 조중의 교사를 만나며 절망의 옷을 벗어던졌다.
조 교사는 성준이가 힘들 때마다 손을 잡고 "장애는 단지 안경을 낀 것과 같다"며 꿈을 가지라고 격려했다. 바깥 출입을 꺼리던 성준이는 용기를 얻어 인근 산으로 소풍 가던 날 따라나섰다. 결국 교장 선생님 등에 업혀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그때 성준이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이 심하게 불편하기 전에는 종군기자가 꿈이었어요. 그러나 조금씩 나빠지면서 꿈을 접게 되었지요. 그 시점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이젠 저희 역사 선생님을 닮은 교사가 되어 모교에서 가르치고 싶어요."
성준이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나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웃고 우스갯소리도 곧잘 한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성준이를 위해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화장실에서 가장 가까운 교실에 성준이를 배치하고, 전용 좌변기도 설치했다. 또 성준이가 다닐 만한 곳의 문턱은 모두 없앴다.
2년째 도우미를 마다하지 않는 동헌이는 "처음엔 장애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피했지만 이젠 부지런한 성준이를 닮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영규는 성준이를 도우며 이기적인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조금씩 악화되지만 그래도 꿈을 잃지 않는 성준이. 그는 역사 선생님이 되어 자신을 돕는 친구들과 세계 유적을 탐방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빠지지 않고 등교하고 있다. 성준이가 등교하는 뒷모습이 오늘 따라 더욱 아름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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