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솟대문학상 본상에 최현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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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5-03 08:56 조회3,577회 댓글0건본문
특별상 송태옥씨…신인상 김판길씨
11일 63빌딩서 시상식 개최할 예정
제9회 2005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최현숙(47·지체장애·수상작품 시 '내손안의 묵주')씨가 선정됐다.
2005 구상솟대문학상 특별상에는 송태옥(43·내부장애·수상작품 시 '사무사思無邪')씨가, 제14회 2005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에는 김판길(46·시각장애·수상작품 시 '흔들림')씨가 선정됐다.
구상솟대문학상위원회(위원장 유안진)는 총 58명의 응모자 중에서 이 같이 수상자를 결정했다며 오는 11일 오후 2시 63빌딩 별관 3층 글로리아홀에서 시상식을 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본상 수상자 최현숙씨는 경기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현대시를 전공했으며, 여러 장르의 학습만화 콘티를 작성하는 일을 하면서 시 동인 '푸른시'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별상 수상자 송태옥시는 2002년 '시문학'으로 등단, 2004년 시집 '내마음의 화음'을 낸 바 있으며 신인상 수상자 김판길씨는 2003년 실로암문학상 대상, 2004년 안문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다음은 수상작.
제9회 2005 구상솟대문학상 본상 수상작
내 손 안의 묵주
최현숙
전쟁이 났다 한다
하늘엔 바벨탑, 바빌론의 공중정원
떠다니는 곳
꽃비처럼 터지는 공습경보 속을
달려가는 알리, 알리는 열세 살
두 볼이 통통한 이라크 소년
열화우라늄탄 쏟아지는 사막
더러는 잘리고 더러는 뒹구는
팔, 다리, 화상 입은
알리들이 운다
나는 울지 않는다 무력하게
TV앞에서
다만 기억할 뿐이다
진흙판에 새겨진 이 세상 맨 처음 법이
검은 연기로 타오르는 장관을
역사의 강 건너는 미제 군화를
지켜 볼 뿐이다 인류가 믿었던 마지막
질서마저 짓밟힌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줄기 눈물 사이로
밤을 새운 기도는 한갓 덧없고
버리지 못한 습관인 양 아직도 내 손안엔
지구를 돌고 있는 바빌론의 묵주,
귓바퀴를 후려치는 때늦은 공습경보
2005 구상솟대문학상 특별상 수상작
사무사思無邪
송태옥
도덕 시간이었다
비둘기가 교실에 들어왔다
있음은 없음에서 나서(有生於無)
나도 너도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다며
노자 도덕경을 강의하는데
노상 창가에서 수업을 엿듣던 비둘기가
수업에 취해 교실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아차! 정신을 차린 비둘기는 나갈 곳을 찾았다
비둘기도 학생일 수 있고
학생도 비둘기일 수 있는 것이라고
비둘기에게 책상 하나를 마련해 주었지만
비둘기는 나오니 삶이요 들어가니 죽음(出生入死)이라고
나갈 곳만 찾았다
학생들보다 노자를 먼저 깨달은 비둘기는
말 않고 가르치겠다(行不言之敎)며
말없이 교실을 떠났다
빈 책상자리가 있는 듯 없는 듯 휑했다
제14회 2005 구상솟대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흔들림
김판길
순간 순간마다 사람들은 풀꽃처럼
흔들립니다
발자국에 묻어나는 쓸쓸함에도
덧없이 흔들립니다
묵은 것에 새 것을 더해야 할
시간에도 허전하여 또 흔들립니다
강은 무수한 소리의 흔들림
세상에서 애착은 한때의 속절없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돌들도
있어야 할 곳을 찾아 제 몸 뒤척이 듯
지우고 비워야 가벼워지는 세상에서
지극히 작은 돌 같은 나로 인하여
흔들릴 세상을 바라봅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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