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친구 못 사귀는데… 혹시 발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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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6-29 09:48 조회4,051회 댓글0건본문
발달장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뇌기능 장애 아니면 치료할 수 있어…정확한 진단 어려워 세심한 관찰을
“이전에는 어른들과 눈도 잘 맞추고 명랑해서 귀여움을 독차지했어요. 20개월째 동생을 봤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침울해지고 밥 먹을 때도 신경질을 부리더군요. ‘동생을 보면 흔히 생기는 증상이려니’ 하고 넘어갔어요. 그 무렵에 ‘엄마’ ‘아빠’라는 말도 하고 필요한 언어는 간단히 했으니까 ‘좀 늦되나보다’ 싶었죠.”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김민경(가명·40)씨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초등 4년생 아들 이지훈(가명·10)군을 두고 있다. 지훈군은 3명의 형제와는 대화도 하고 잘 놀지만 또래아이들과 전혀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친구들은 말을 걸어오지만 지훈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소모임 활동을 하면 가장 간단하고 쉬운 역할만 지훈군의 몫이다. 병원에서는 ‘반응성 애착장애’라고도 하고,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증’이라고도 하고, 가는 곳마다 병명이 달랐다.
지훈군은 예전에는 공부도 잘 따라했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져 폭발적으로 화도 낸다. 김씨는 “차라리 갖고 있는 잠재력을 키워주는 게 나은 것 같아 자동차나 퍼즐, 포토샵 등 좋아하는 것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자고 일어나면 어느 날 지훈군이 “엄마, 그동안 미안했어”라고 말해줄 것만 같다는 김씨. “엄마들 중에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학교 선생님이 ‘병원을 찾아가보라’고 조언해줘서 아는 경우도 있어요. ‘공부 잘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그냥 넘겨버려요. 제가 볼 때는 분명 정서문제나 대인관계에 이상이 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싫겠지만 빨리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면 안됩니다.”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일부분
아이가 또래 친구들과 전혀 사귀지 못한다면? 숙제 한 쪽을 하면서 열 번 넘게 공부방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면? 기분이 나쁘다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부모를 때린다면? 그렇다면 한번쯤 발달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란 발달기(18세 이전)에 언어, 인지능력, 정서, 행동 등 한 부분이라도 지연(遲延)을 보이는 상태를 통칭하는 말이다. 흔히 자폐증과 발달장애를 동일어로 오해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자폐증은 발달장애의 일부분이다.
김범수(16·가명)군은 네 살 무렵 엄마를 ‘아빠’라고 부르고, 아빠를 ‘엄마’라고 불렀다. 여름에도 짧은 바지를 못견뎌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애착장애’ ‘자폐기질이 보인다’는 등 진단을 내렸다. 범수군은 지금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하루 2시간 정도 특수반 수업을 듣고 있다. 어머니 황진숙(42·가명)씨는 “일반학교에 보내면 아이 발달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학부모들과 담임선생님 간의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범진이가 일반 아이와 짝이 됐을 때 공부에 방해가 되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는 이유로 꺼려해서 마음이 아팠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의진 소아정신과 교수에 따르면, 발달장애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 대인관계가 잘 안된다는 점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언어발달도 제대로 되지 않고, 또래와의 깊이있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70%는 일반인보다 지능이 떨어지지만 간혹 높은 IQ를 지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특히 언어장애의 경우 단순히 ‘말이 늦되다’고 판단할 뿐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도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석호 소아정신과 원장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동을 세심하게 관찰해야겠지만 부모가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며 “자폐인지 아니면 경미한 발달장애인지는 부모가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에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자폐증 환자는 1년에 몇 명 없습니다. 이들은 100% 뇌기능 장애이기 때문에 완치가 어렵죠. 하지만 진단해보면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학대를 받았거나,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봤거나, 심지어 생후 6개월부터 영어 비디오를 과도하게 켜놓은 경우 등도 자폐증 비슷한 증상을 보입니다. 이들은 초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정상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어요.”(신의진 교수)
18개월 이전에 치료 받아야
빨리 진단을 받으면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도 높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18개월 이전에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에는 12개월 전후에 발달장애 진단이 내려지는 반면, 국내에는 평균 36개월 전후가 되어서야 진단이 내려진다고 한다. 이화여대 발달장애아동센터 김선경 교육 연구원은 “외국의 경우는 산모가 아기를 낳으면 소아과나 보건소에서 발달지연에 관련된 체크를 해주지만 국내는 주로 부모의 관찰과 발견에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발달장애 진단이 내려지더라도 모든 치료나 교육은 부모의 몫이다. 검사결과를 믿지 못하는 부모들은 대개 여러 병원을 다니며 되풀이해서 검사를 받는다. 이화여대 김선경 연구원은 “장애인 종합복지관, 사설 발달치료기관, 병원 등에서 발달검사를 받고나면 부모들은 대개 다른 곳에서 검사를 되풀이해서 받는 경향이 있다”며 “되도록 빠른 시기의 치료와 교육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검사받느라 결정적인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부모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병원마다 모든 다른 진단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의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10년 넘게 아이를 키우다보면 엄마가 ‘준(準)의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상복 대구대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소장은 “발달장애 진단이 병원의 몫이라면, 교육은 특수교육기관의 몫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발달장애 진단을 받으면 병원에 갔다가 복지관에 갔다가 갈팡질팡한다. 발달장애는 병의 개념이 아니라 장애의 개념이다. 치료를 받아서 완치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발달을 개선시켜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반교육을 시켜야할지, 특수교육을 시켜야할지도 문제다. 경계선적 자폐아를 둔 주부 이모(43)씨는 “학교 현장학습을 따라갔는데 담임교사와 반 친구들이 모두 우리 아이에게 ‘너 싫어’ ‘머리 수술해서 바보됐어’라며 놀리고 왕따 취급했다”며 “학교에 맞춰 이사온 지 두 달째인데 하루 빨리 이사를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자폐아의 경계선에 있는 아이인 경우 장애를 스스로 인식한다. 특수학교를 가면 ‘내가 왜 여기서 이래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일반학교를 가면 ‘친구들은 잘 하는데 나는 잘 할 수가 없다’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설명했다.
치료·교육 비용 한 달에 200만원
발달장애아 어머니의 모임 ‘기쁨터’ 소속 신지혜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는 시기별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우 어떤 교육을 어디서 받아야 할지,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졸업 후 자녀의 진로문제에 대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쁨터에서는 ‘그룹홈’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부모가 없이도 자녀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비싼 교육비도 부모에게는 부담이다. 놀이치료, 언어치료 등 기본치료 교육 비용은 한 달 최대 2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다소 저렴한 장애인 종합복지관을 다니려고 해도 워낙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부모들은 한결같이 발달장애아를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치료·교육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의진 교수는 “발달장애도 무척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염색체 이상인지, 뇌 발달의 문제인지, 정서상의 문제인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도록 통합센터가 필요하다”며 “사회성이나 인지·정서 발달을 체크할 소아정신과, 뇌신경을 체크할 소아신경과, 운동치료를 위한 운동재활 등 각 전문의가 모여 오는 12월 세브란스 아동병원에 발달센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통합치료센터가 주마다 1개씩 있을 정도라고 한다. 각 분야 최고권위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정확한 진단을 하고, 언어치료가 필요한지 약물이 필요한지를 정해 전문가에게 의뢰한다는 것이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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