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고아원·복지관에 벽화 그려주는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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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08-11 09:09 조회4,234회 댓글0건본문
서양화가 황지해씨 “벽화 보고 장난치며 좋아하는 아이들 웃음 행복해”
광주 엠마우스 복지관의 벽들은 특별하다. 동화책을 그대로 가져다가 벽에 크게 펼쳐 놓은 것처럼 벽 위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다. 복지관의 장애아동들도 새롭게 변신한 벽이 신기하기만 한지 환한 웃음으로 벽을 쳐다보며 좋아한다.
동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벽화들은 벽화 전문화가 황지해(30) 씨의 작품이다. 지난 6년 동안 벽화를 그려온 황 씨는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벽화 봉사활동을 함께 시작했다.
황 씨는 매년 1~2월을 봉사의 달로 정하고 이 기간에는 봉사 활동으로 벽화를 그리고 있다. 주로 신청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벽화가 가장 필요한 곳을 먼저 찾아간다. 그동안 여러 고아원, 복지관, 시골의 작은 학교나 교회, 파출소 등 다양한 곳을 찾아가 벽화를 그려주었다.
광주 엠마우스 복지관의 벽화는 황 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중 하나다. 작업을 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기 때문이다.
벽화를 그려야 하는 곳이 지하실이라 습도가 높아서 벽에 그림을 바로 그릴 수가 없었다. 결국 벽면을 다 긁어낸 뒤에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 이곳 복지관에는 장애아동들이 많아서 낮에 작업을 하면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 야간에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해야 했다.
야간에 작업을 했지만 벽화를 어떻게 그리는지 궁금했던 아이들과 복지관 선생님들은 늦은 시간에도 찾아와 응원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황 씨는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도록 노랑, 파랑, 분홍 등의 파스텔 계열 색을 주로 사용했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귀여운 동물들도 그려 넣었다”며 “늦은 밤에도 찾아와 응원해주는 아이들과 복지관 선생님들이 그림이 너무 예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작품이 완성된 뒤에도 선생님들과 아이들에게 감사 편지가 끊이지 않고 왔다. 황 씨는 “장애아동들이 힘겹게 한 글자 한 글자 쓴 편지를 보면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큰 보람을 느꼈다”며 “그 뒤 주변에 벽화 잘 그린다는 소문이 난 덕에 벽화를 그려 달라고 신청하는 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학시절 선택 과목으로 벽화수업을 받으면서 벽화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또 교생실습을 했던 시골 학교 수영장에 벽화를 그린 것이 계기가 돼, 그 길로 벽화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았다.
황 씨는 벽화를 공공미술이라고 말한다. 몇몇 사람들만 보고 즐기는 미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느끼고 즐기는 미술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벽화 봉사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또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기도 하다.
황 씨는 “주로 겨울에 작업을 하고, 또 보통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완성된 그림을 보며 장난치고 좋아하는 아이들의 웃음, 신기한 듯 그림을 보며 웃는 어른들을 보면 내가 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 같아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어디든 내 그림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에는 주로 관공서의 의뢰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 환경미술가 7명과 함께 팀을 이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함께 그린 작품이 약 100여 편쯤 된다.
물론 이런 그림을 그릴 때는 돈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작품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벽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황 씨는 “벽화는 아름다움을 불어 넣는 작업”이라며 “아름다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콘크리트 구조물, 방음벽, 담장 등에 그림을 그리면 그 공간은 순식간에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황 씨는 팀원들과 함께 전남, 전북, 충청도, 강원도, 수도권 등 전국 곳곳을 다니며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다.
황 씨는 “벽화는 환경미술 또는 공공미술로서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바꿔준다”며 “벽화 봉사를 통해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밝은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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