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넘은 사랑… 산다는 게 가슴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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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5-22 09:41 조회3,681회 댓글0건본문
“장애 넘은 사랑… 산다는 게 가슴 벅차” |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산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벅찬 일인 줄 몰랐어요.” 오영태(37)·박상희(여·35)씨 부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 중증 장애를 가진 이들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사랑·결혼·육아라는 평범한 인생사가 영원히 남의 얘기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서로를 만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회사원이었던 오씨는 2004년 9월 7층에서 떨어져 요추를 다쳤다. 걷지 못한다는 선고까지 받았던 오씨는 다행히 신경이 살아나 불편하지만 거동이 가능한 상태가 됐다. 패션모델로 활동하다 2003년 12월 교통사고를 당한 박씨는 하반신과 손가락이 마비된 상태다. 두 사람은 2005년 6월 국립재활원에서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마련한 ‘자립생활훈련’에서 만났다. 박씨는 “그 해 9월2일부터 심화과정이 있었는데 같은 조에 편성돼 여러가지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가까워졌다”며 오씨와의 인연을 털어놨다. 사고 이후 주변 환자를 ‘남자’가 아닌 동료 장애인으로만 생각했던 박씨였다. 하지만 오씨에게 점점 마음이 끌리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씨도 마찬가지였다. 양가에서도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무렵이던 2006년 초 두 사람은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2005년 난자를 기증하면서 마취제를 맞은 적도 있고 해서 쉽게 아이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예상치 못한 임신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박씨는 오히려 기뻤다.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박씨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치료를 받으면서 하루 3번 진통제 같은 약을 먹었는데 부모님은 혹시 이 때문에 기형아를 낳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키울 거냐며 화를 내셨다, 달랬다를 반복했어요.” 국립재활원 추천으로 서울대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약 성분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혼식은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그해 7월4일 혼인신고를 마쳤다. 정식 부부가 된 지 3개월이 지난 10월23일 서울대병원에서 아들을 자연 분만했다. 박씨는 “손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아이를 안아주지도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출산 몸조리를 마친 박씨 부부는 올해 1월 독립을 선언했다. 서울 광진구 능동에 방 두 칸짜리 집을 얻은 것이다. 일부러 친정과 가까운 곳을 골랐다. 엄마의 빈 곳을 메워주는 외할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덕분에 정현이는 또래보다도 덩치가 큰 편이다. 오씨도 가장노릇에 열심이다. 요리와 빨래, 장보기는 오씨의 몫이다. 하지만 허리를 다친 터라 청소는 쉽지 않다. 다행히 3일마다 방문하는 활동보조인이 구석구석 쓸고 닦아준다. 이들 부부에게 신혼은 그렇게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박씨는 출산 이후 체력이 떨어지고 저혈압이 심해지면서 기절하는 경우가 늘어 남편의 속을 태우고 있다. 생활비도 늘 빠듯하다.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보조금 115만원과 박씨가 가끔 받는 강연료가 전부다. 그래도 두 사람은 결혼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 박씨는 “올해 결혼식을 올릴까, 아들 돌 잔치를 할까 고민하다가 돌잔치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고, 오씨는 “결혼한 뒤에 더 성숙해진 상대방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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