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 장애아동 무료시술 펼치는 벽안의 슈바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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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2-10-08 11:58 조회5,838회 댓글0건본문
“국내에서 난치 판정을 받은 장애 아동들이 당신의 사랑의 손길로 새 삶의 희망 속에 다시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고….”
5일 오전 11시 충남도청 중회의실에서는 한 파란 눈의 미국 의사에 대한 명예 도민증 전달식이 열렸다.
이날 심대평(沈大平) 충남지사로부터 명예 충남도민증을 전달받은 사람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이너 병원 프랑크 라봉테 원장(54).
그는 화상 때문이거나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국내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장애아동들을 미국으로 데려가 무료로 치료를 해주고 있는 ‘벽안(碧眼)의 슈바이처’이다. 이 때문에 이날 행사장에는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10여명의 어린이와 부모들이 식장을 가득 메우고 그에게 감사의 꽃다발을 전달해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슈라이너 병원은 1997년 로스앤젤레스 충청향우회 주선으로 충남도와 ‘장애아동 무료시술 협정’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도내 아동 36명을 치료했거나 치료 중이며 내년에는 32명의 환자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이날 라봉테 원장은 도민증 수여식과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충남 공주시 탄천면 안상현군(15)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병원에서 치료받은 안군을 만나 재활 치료가 제대로 되는지, 앞으로 취할 조치는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뼈가 뒤꿈치쪽으로 자라 나오는 선천성 기형으로 지난해 3월 슈라이너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안군은 라봉테 원장을 만나자 목발없이 걸어 보이며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라봉테 원장에게는 건강한 모습의 안군을 보며 감격해 할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1년여 전 안군은 국내 병원에서 발목을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미국으로 안군을 데리고 간 할머니 심월순씨(70)는 “국내 병원처럼 발목 절단이 최선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당장 아이를 데리고 귀국하겠다”고 고집했다. 그때 그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유명한 정형외과 의사들을 초청해 회의까지 열며 발목절단 없이 수술하는 방안을 찾았다.
심씨는 “하찮은 시골 늙은이의 소원을 소중하게 여겨줘 고맙다”며 이날 잡채와 떡 고깃국 등을 차려 내왔고 주민들은 풍악을 울려 감사를 표시했다.
라봉테 원장의 환자에 대한 배려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국인 환자들이 늘어나자 소통 편의를 위해 간호사 등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8명이나 채용했으며 앞으로 생활 편의를 위해 한국인 전용 병동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는 장애아동 무료 치료를 ‘배려 아닌 의무’로 느낀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에는 충남도를 방문해 거꾸로 심 지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패에는 ‘충남도가 불편하고 어려운 어린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준 데 감사한다’고 쓰여 있다.
당시 그는 “우리는 몸이 불편하지 않으니 빚이 많은 사람들이다. 우리가 불편한 사람을 돕는 것은 국경을 떠나 의무처럼 지켜야 할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슈라이너 병원은 미국의 성공한 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체 ‘슈라이너’가 1922년 불우한 환자들을 돕자며 성금을 모아 세운 병원으로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미국 내에 같은 이름의 병원이 22개나 있다.
(동아일보,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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