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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발취재 16년만에 장애인방송 사령탑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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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3-04-18 15:19 조회4,3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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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위한 인터넷방송 ‘희망방송’의 이정선 (李貞善·43) 제작2본부장은 사이버공간을 통해 장애인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꿈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이 본부장의 뚝심에는 평생 목발을 짚고 살아온 장애인으로서의 체험과 16년간 방송 분야에서 활동해온 삶의 궤적이 깔려있다. 그는 “장애인 방송은 눈물선(線)을 자극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부터 ‘희망방송’은 장애인들의 재능을 끌어내 살리는 방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제 등을 통해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인기 가수 못지않은 장애인 스타를 키울 것이라는 말이다. 이 본부장은 돌을 한 달 앞두고 소아마비에 걸렸다. 넉넉한 집안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79년 대입 면접에서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비로소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면접 교수님이 저를 보더니 카드에 ‘수학불능’이라고 적더군요. 학교에 계단이 많아 장애인은 공부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남학생의 등에 업혀야 야외스케치를 나갈 수 있었을 만큼 어렵게 공부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아나운서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다. 86년 용기를 내 방송국에 원서를 내러 가면서 길게 늘어선 선남선녀들을 보고 다시 한번 목이 움츠러들었다. 그는 방송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음해 리포터로 방송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목발로 다니면 걸음이 늦어 취재할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늘 행사 시작 전에 일찍 가 기다리곤 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으로 그는 여러 방송국 프로그램을 맡아 방송 생활을 이어왔다. 그에게 ‘희망방송’ 제작2본부장 제의가 온 것은 작년 가을.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프로듀서의 일도 함께 배웠고 95년 장애인을 위한 라디오방송 ‘사랑의 소리방송’에서 제작팀 차장을 맡은 경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제작팀 20여명 중 이 본부장이 유일한 장애인이다. 그는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장애를 개인적인 불행으로 생각했지만 방송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희망방송’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희망방송’은 현재 다큐와 뮤직비디오 등의 영상채널과 함께 음악프로그램 등의 라디오채널을 동시에 서비스하고 있다. 시각장애 1급인 DJ 양남규씨가 진행하는 ‘CCM 천국’은 하루 접속수가 200회를 넘는 인기 코너로 자리 잡았다. 이 본부장은 프로그램 기획의 방향을 잡고 아이템을 정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서울시의회에 진출했고 현재 보건사회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장애인들의 재능을 살리고 사회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시의원으로서의 바람이다. 방송 제작본부장으로서나 시의원으로서 한결같은 포부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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