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1급 장애인, 시인·화가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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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0-04 09:33 조회3,100회 댓글0건본문
독학으로 한글 깨우친 뒤 74년부터 시작 활동, 99년엔 화가 도전 꿈 이뤄
“장애 때문 불편한 삶 산다 해도 꿈 없는 불행한 삶 살지는 않겠다”
1급 장애의 고통을 극복하고 시인과 화가로 활약하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가 찡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전신마비 장애인 이대우(49·목포 소망장애인 복지원) 씨. 그는 말을 할 수도, 스스로 몸을 뒤집을 수도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도 하기 힘든 일을 해내고 있다.
장애인 관련 단체를 비롯, 많은 곳에서 원고 청탁을 받는 등 장애인 문인으로 확고히 자리매김을 한 것.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긴 인고의 시간이 있었다.
학교 문턱에도 못가 본 ‘무학력자’인 이 씨는 한글을 배우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그는 얼마 전 발표한 수기에서 자신이 한글을 깨우치게 된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여동생이 학교에 다녀온 뒤 친구들과 놀면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 소리와 여동생 친구들의 이름표를 비교하면서 한글을 한자 두자 깨우치게 됐습니다.”
변변한 책도 없이 독학으로 한글을 깨우친 것이다. 이 씨는 이처럼 어렵게 배운 한글로 1974년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시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급 장애를 가진 이대우 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낸다. ⓒ미디어다음
마침내 15년이 지난 1989년 이 씨는 비로소 첫 문학상 수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1997년과 2002년에는 시집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그의 작품이 장애인 작가 발굴을 위한 한 문학상 공모에서 가작으로 뽑혔다. 또 지난달 23일 그는 한 선교단체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학상 공모에서 대상을 탔다.
이뿐 아니다. 1999년에는 한 뇌성마비 장애인이 발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림에 도전, 당당히 아마추어 화가 자격도 얻었다. 그가 그린 그림들은 현재 엽서로 만들어져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시를 쓰기 시작한 뒤 그가 보낸 시간은 오히려 그에게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그의 수기에는 이보다 훨씬 어려웠던 과거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묘사돼 있다.
이대우 씨가 문학상 수상 후 밝게 웃고 있다. ⓒ미디어다음
“어머니는 저에게 이름 모를 약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목에 잘 넘어 가라고 약을 메밀묵 속에 넣어 주면서 ‘밥 먹고 똥을 안 싸도 되는 약이라’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 그것이 수면제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새벽녘에 제가 자는 줄 알고 어머니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친정에 온 누나한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어머니는 몇 차례 더 약을 먹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이렇게 외치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살다가 죽고 싶을 때 저 스스로 떠날게요. 저를 떠나보내려 하지 마세요.’”
“그렇게 세월이 흐르던 77년 꽃피는 4월, 어머니는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자식 걱정만을 흐린 달빛 아래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제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해졌습니다.”
“급히 화장실에 갈 수 없어 평소 조심하지만, 가끔 바지에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혼자 젖은 바지를 갈아입습니다. 회초리를 이용해 바지를 갈아입는데, 건강한 사람은 1분에 입을 바지를 저는 한 시간 동안 입습니다.”
“손톱, 발톱을 깎는 일도 고역입니다. 호랑이 발톱처럼 길게 자란 손톱은 면도날로 자릅니다. 발톱은 자루가 긴 낫으로 자르고요. 거의 반나절 동안 발톱을 깎은 날도 있었습니다.”
이대우 씨가 수상 소감을 육필로 힘들게 전하고 있다. ⓒ미디어다음
이렇게 살아온 이 씨는 그러나 지난 49년 동안 자신을 속박한 장애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는 장애와 싸우다가 지치기도 하고, 결국은 그 장애를 끌어안고 살아온 자신의 삶을 시와 그림으로 고스란히 승화시키고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제 모습과 운명에 감사합니다. 나에게 ‘장애’란 시(詩)적 감수성을 유발하는 특별한 ‘혜택’입니다.”
이렇듯 장애를 딛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일까. 그는 최근 입시에 필요한 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 복지원을 방문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서 ‘나약함’과 ‘좌절’이 묻어나올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고 한다.
그는 “신체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은 장애인보다 더더욱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부단히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스스로 용변조차 가리지 못하고 평생을 누워 지낸 장애인도 꿈과 목표를 가슴에 품고 조금씩 이뤄내는데, 하물며 건강한 젊은이들이 꿈과 목표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멋진 미래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말.
이 씨는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가 두려워서 자신의 꿈에 제대로 도전조차 하지 않는 삶을 살기보다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산다 하더라도 늘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산다면, 설사 장애 때문에 불편한 삶을 산다고 해도 꿈이 없어 불행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씨에게 얼마 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감을 물었다. 말하기가 힘든 그는 서툰 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소감을 적어 내려갔다.
“젊은이들이 절대로 ‘늦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루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 2배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을 테니까요.” 그가 적은 소감이다.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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